“동맹 강화·쿼드 참여 주고 북핵 억지 수단·백신 받아야”
본문
한·미 정상회담, 무엇을 얻을 것인가
오는 21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 정부는 동맹 강화 및 쿼드(미국·일본·인도·호주 안보 협의체) 참여 등 미국이 중시하는 사안과 북한의 비핵화 및 억지수단 확보, 미국의 백신 지원을 동시에 협상하는 ‘패키지 딜’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또 최근 미국과 중국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반도체 경쟁에서 미국과 반도체 기술동맹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재단법인 한반도평화만들기(이사장 홍석현) 산하 조직인 한반도포럼과 한반도경제포럼이 공동으로 기획한 조찬 포럼에서다. 이날 포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위해 현장 및 화상을 이용해 진행됐다.
이번 회담에선 북한 비핵화가 초점이긴 하지만 한·미 동맹 강화와 한·미·일 협력 문제가 핵심 의제가 될 것이다. 미국은 대북정책, 한·미 연합훈련, 전시작전권 전환, 쿼드 플러스의 한국 참여와 관련해 문 대통령의 입장을 확인하려 할 것이다.
그런만큼 정부는 한·미 관계 복원에 노력했으면 한다. 바이든 정부는 동맹관계와 협력을 중시한다. 한·미 동맹을 동북아 및 인도·태평양지역의 평화와 안보는 물론 자유·민주주의·자유무역과 기후변화, 환경·보건 등 전방위 차원의 파트너가 되도록 포괄적 동맹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단, 북한의 핵위협에 대비한 확장억지력과 백신 등 한국이 얻을 것과 미국이 추구하는 한국의 쿼드 참여 등을 맞바꾸는 방식의 협상에 나서야 한다.”
반도체는 한국 경제의 주축이다. 메모리 분야는 한국이 세계 1위이고, 비메모리 분야는 세계 2위다. 반도체가 미래의 먹거리라고 하는데 그 정도를 뛰어넘었다. 반도체가 유전, 또는 핵무기와 비슷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미국의 반도체 자국 내재화 정책과 대만의 약진, 일본의 부활, 중국의 굴기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4월 12일 바이든 대통령이 삼성을 포함해 반도체 업체 CEO를 백악관으로 불러 회의를 했다. 미국은 이 자리에서 미국 내 투자를 늘리라는 주문과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대만은 미국·일본과 반도체 삼각 동맹을 만들었다. 한국은 우호적인 시장환경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한다.”
▶김성한 고려대 교수=미국은 최근 대북정책 리뷰를 마쳤다고 밝혔다. (미국이 대북정책의 기조로 밝힌) “단계적 합의”, “특정단계에서의 제재완화”는 한국 정부가 희망하는 내용이지만, 미국은 구체적인 내용을 내놓지 않았다. 전략적 모호성의 백미다.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면서 동시에 한·미간 대북정책을 놓고 균열을 보이지 않으려고 한 이유다. 이미 쿼드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그러나 기후변화 또는 백신 워킹그룹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문재인 정부가 (임기말까지) 1년 동안 외교를 끌고 가야 한다. 그 시기에도 국익을 지켜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중요하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나 한·미 동맹, 한·일 관계는 미·중 간에도 연결된 문제다. 북한 핵문제 역시 한·미, 한·일, 한·미·일과 얽혀 있다. 정부가 쿼드, 한·일 관계, 반도체와 관련한 사안에서 미국을 배려하는 정책을 선택하고 북핵과 백신을 받아내는 패키지로 협상하는 방법을 취해야 한다. 미·중 사이에서 좌표와 방향없이 왔다 갔다 하면서 ‘그 길이 국익’이라고 우겨선 안된다.
▶안호영 전 주미대사=워싱턴에서 (대사로) 근무하면서 거의 매년 정상회담에 참가했다. 한·미 정상회담은 북핵을 포함하는 안보, 경제, 지역정세, 글로벌 이슈가 핵심이다. 미국은 새로운 대북정책에서 지난 4대에 걸친 미국 대통령 재임기간 중 성과가 없다고 평가했다. 새롭게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정서도 녹아 있다. 그동안 핵문제 해결의 성과가 없었던 건 북한의 핵무기 개발 의도가 너무 강해서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화로 물꼬를 트겠다는 입장은 분명하다. 그러나 대가로 북한에 내줄 수 있는게 마땅치 않다. 북한이 이에 실망한다면 북한의 도발과 추가 제재가 반복될 수 있다. 북한 핵위협에 대한 확장억제를 확보하는게 중요하다.
▶박태호 전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미국이 삼성과 SK 하이닉스 등 국내 대형 반도체 회사들을 향해 미국 국내에 투자하라는 주문을 하고 있다. 일본엔 그런 주문을 하지 않는다. 미국이 한국을 신뢰하지 않는 건 아닌지, 안보와 직결된 문제일 수 있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미국의 새로운 대북정책과 관련,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대응을 기다릴지, 핵문제에 대처할지 둘 다 염두에 둔 포석일 수 있다. 미국의 고민이 깊었겠지만 대북 제재를 푸는 방식을 고민해야 할 때다.
▶정태용 연세대 교수=한·미 정상회담에서 기후변화와 관련한 문제가 어젠더가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이 관심을 갖는) 기후변화 문제에 한국 정부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 임기 말이어서 차기 정부로 부담이 넘어갈 수도 있다. 우리는 별것 아니라고 봐도 저쪽(미국)은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김영우 전 국회 국방위원장=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에 실패하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내년 2월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라는 이벤트 속에서 다시 한번 남북회담을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동맹을 강화하지 않고서는 어떤 선택도 무의미하다. 북핵문제와 인권, 분명한 대북 정책의 목표가 있어야 한·미, 한·일 관계가 회복될 수 있다.
▶유장희 이화여대 명예교수=뉴질랜드와 베트남도 쿼드 플러스 알파에 참여하는 게 궁극적으로 맞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타이밍을 찾고 있는 듯하다. 쿼드에 참여하는 걸 결정하기 전에 다른 나라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영리하게 살펴봐야 한다.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올해는 새로운 세력이 부상하는 대선국면에 접어들었다. (보수와 진보) 각 정파에서 남북, 북·미 관계, 경협문제에 대해 미래를 향해 어떤 메시지를 발신하는 작업이 진행될 것이다. 바뀐 대내외 환경에 의해 일부 시각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남북, 북·미 관계에서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리더십이 취해야 할 구체성과 방향성을 재조명하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작업이 시작돼야 한다.
정리=정용수 통일문화연구소장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