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오디세이 2025] 장애물도 모래밭도 거침없다, 인간 넘은 AI 4족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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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AI혁명 현장을 가다<상>
“우와.” “와.” “쇼킹!”
지난 2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 자리 잡은 딥로보틱스 본사 건물에 들어선 평화 오디세이 참관단은 탄성을 감추지 못했다. 다리 끝에 발 대신 바퀴가 달린 4족 로봇이 뒷마당을 종횡무진 달렸다. 철제 계단 앞에 서더니 바퀴를 발처럼 들어 계단을 올라갔다. 바퀴가 빠져서 헛돌 수밖에 없는 모래밭에서도 바퀴가 다리처럼 걷고 뛰었다. 딥로보틱스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바퀴형 4족 로봇 링스(Lynx)의 모습이다. 아이 키만 한 장애물을 만나면 뒷다리로 바닥을 딛고 순식간에 올라섰다. 사람이 발로 차도 넘어지지 않고 균형을 잡는 건 기본이다. 백서인 한양대 중국지역통상학과 교수는 “링스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산이나 사막 평지 등 지형에 최적화된 방법으로 달린다”며 “이렇게 아무 곳에서나 작동되는 4족 로봇을 만드는 회사는 전 세계에 딥로보틱스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장소의 벽을 넘어서고, 인간의 물리적 능력을 넘어서는 이 4족 로봇을 만든 딥로보틱스는 2014년 설립된 스타트업이다. 그런데 2018년 4족 로봇을 출시했고 중국 전역에서 4족 로봇 완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런 성과를 가능하게 한 것은 중국의 투자 환경이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투자를 받을 수 있고, 제품이 시장에 팔리면서 인재도 몰려든다. 직원 300명 중 연구개발 인력이 60%를 차지한다. 고부가가치 첨단기업이기 때문이다.
딥로보틱스는 대학에서 시작한 벤처기업으로 출발했다. 중국의 첨단 AI 기업들 상당수가 연구개발에 머물지 않고 기술을 사업화하고 있는데 이 회사도 마찬가지다. 딥로보틱스 주추궈(朱秋國·43) 최고경영자(CEO)는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을 배출한 저장대 교수다. 한국에선 아이디어가 있어도 결국 기술을 사업화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중국 스타트업의 성장은 한국 전문가들에겐 놀라운 모습이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업 기술화가 이렇게 빠르게 진행되는 것은 놀랍다"고 했다.
딥로보틱스는 2018년 4족 로봇을 출시한 이후 산업에 넓게 응용하는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에너지·응급·경비 분야에서는 독보적이다. 중국 내 소방 분야 시장 점유율은 90%다. 전력 분야는 85%에 이른다. 이정동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분야는 한국에선 지금도 사람이 관리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제 한국을 제품 판매시장으로 보고 있다. 뤄좐화(羅駿花) 해외영업총괄은 "어제 한국 출장을 다녀왔다"면서 "한국 영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로봇 이용률이 높아 큰 시장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들렸다. 딥로보틱스는 해외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해 40여 개국에 영업망을 갖췄다. 싱가포르에서 전력 시설 순찰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태평양으로 시장을 넓혀가기로 했다.
특별취재팀(상하이, 항저우)=김동호·최준호·이가람, 유상철(중국연구소)·한우덕(차이나랩), 신경진·이도성(특파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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