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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림 연세대 교수] 국민과 국가를 보전해야 한다

By 한반도평화만들기    - 25-05-16 11:08    4 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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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무도한 지도자의 자멸적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이번 대통령 임기는 단임은커녕 반임(半任)으로 끝나고 말았다. 그 전 전 대통령 역시 임기 도중 축출됐다. 그 사이의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 탄핵과 의회의 압도적 다수에도 정권연장에 실패했다.

최근 민심의 변화 주기는 선거 주기보다 훨씬 짧다. 시민들의 정치적 효능감의 진폭이 선거 주기와 정부 임기를 압도하는 현상을 말한다. 특히 한국은, 객관적 지표를 통해 자주 강조됐듯, 대통령 선거와 의회 선거의 실제 득표와 권력 독식이 크게 괴리돼 권력갈등과 거리 시위가 더욱 심각하다.


주기적 선거를 통해 국민의 대표를 선출해 정부를 구성하는 민주공화국의 이상과 제도를 추구할 때 핵심적 고뇌는 민심의 변화가 너무 빠르고 너무 극심하다는 점이었다. 최고 정치철학자들이 ‘변덕·표변’으로 표현한 그 ‘변화’를 흡수해 나라의 안정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는 대략 두 가지였다.

하나는 최고 공직 간의 임기 불일치다. 입법부·집행부·사법부의 임기를 나누어 특정 선거 시점의 단일 민의가 정부 전체를 지배하지 못 하게 하는 것이다. 주로 대통령제 국가를 말한다. 선거 및 임기의 불일치는, 수시로 변화하는 인간들의 정념을 분산해 공동체 전체의 합리적 의사를 확보하기 위한 지혜의 산물이었다. 물론 독재를 방지하기 위한 권력분립에도 필수 요체였다. 의회(상원/하원)와 대통령, 최고 법관의 임기가 달라야 하는 이유였다.

다른 하나는 선거 단계의 분리다. ‘선출’된 의회 대표들이 집행부 수장을 ‘선임’하는 것을 말한다. 형식은 같은 ‘선거’였지만 최적의 지도자를 뽑기 위해 ‘선출’된 대표 중에 적임자를 ‘선임’하는 방식이었다. 주로 내각제 국가를 말한다. 두 선거는 용어도 달랐다. ‘선출’과 ‘선임’의 결합은 장기간 대표활동을 통해 자질을 검증받기 때문에 포퓰리즘과 중우정, 선동가의 등장을 방지하는 데 특히 유리하다.

여기에서 이 두 방식의 장단점을 논의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 둘의 공통 원리를 들여다보려는 것이다. 그것은 한마디로 정권·파당·지도자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보전하고 보호하려는 문제의식을 말한다. 한 파당이나 지도자가 절대 권력을 휘두르다 물러난 뒤 반대되는 파당과 지도자가 정부를 장악할 경우 국가의 방향과 정책은 물론 국민의 충성과 저항도 뒤집힌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될 때 나라는 퇴락하며 국민의 삶은 피폐해진다.

해법은 권력분산을 통해 민심 변화와 권력 교체에 따른 진폭을 민주공화국의 합의된 가치와 규범 내로 제한하는 것이다. 한 정당, 한 캠프, 한 개인의 권력이 전체 나라와 국가, 국민과 사회를 좌지우지하는 현상은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된다. 즉 승자독식의 극단적 왕래로 인해 좌우로 급변침하는 나라를 지속해서는 안 된다. 거듭 권력분립이 요체다. 그것은 대한민국 국가와 국민의 보전과 보호를 위해 필수적이다.

일개 파당에 불과한 선거캠프가 지극히 불비례적인 득표로 창출된 정권에 따라 매번 국정방향과 의제와 정책을 급변침한다면 국가와 국민의 지속성과 안정성은 담보 받기 어렵다. 승자독식 권력구조는 정책 단절과 생사투쟁 권력갈등과 공공의제 실종의 제일 원인이다. 이러한 헌법과 제도는 반드시 바꿔야 한다.

최고 권력자 1인을 위해, 또 최고 권력자 1인이 바뀌었다고, 그와 그의 측근과 캠프의 극소수가 전체 공동체를 흔들어 대는 헌법과 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나라와 국민의 보전과 보호를 위한 공공의제는 더욱 악화할 것이 분명하다. 권력과 정부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고 보전하려는 문제의식이 민주공화국 틀을 안출한 현인들의 최고 고뇌인 이유였다.

인류 역사에서 극히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 파당·파벌·종파·분파라는 말이 정당이라는 용어로 자리 잡고, 나아가 권력과 정부를 장악하는 최고 주체가 된 것은 근대 자유공화국·민주공화국의 등장 이후였다. 그 긴 전도(顚倒) 과정은 정확하게 ‘공영사회’, ‘공동복리’, ‘공통재화’라는 의미를 갖는 ‘공화국’ 개념 및 운동과 분리할 수 없었다. 즉 부정적 파당의 적극적 정당으로의 변천은 전체 공화국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됐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정당과 선거캠프, 그리고 그들이 배출하는 1인 지도자는 공화국의 ‘나뉜 일부분’이라는 원래의 뜻을 넘어, 국민 일부의 득표를 통해 정권을 차지한 이후에는 마치 ‘국가 전체’를 장악한 것처럼 나라를 온통 헤집어 놓는다. 주객이 완전 전도된 것이다. 우리는 이 본말전도를 민주공화국의 근본 원리에 맞게 다시 원위치시켜야 한다.

정권과 파당의 획책을 이겨내지 못한다면 나라와 국민의 보전은 물론 자유와 민주의 공간마저 위축된다. 최고지도자의 반헌법적·반국가적 내란을 겪고도 이 공통의 근본 문제가 핵심 공약과 쟁점에서 실종된 이번 선거가 두려운 이유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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