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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각수의 한반도평화워치] 혼돈의 트럼프 2기, ‘호시우행’으로 생존 방정식 풀자

By 한반도평화만들기    - 25-05-16 11:13    4 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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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으로 치닫던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이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양국이 지난 주말 스위스에서 고위급 무역 협상을 하고, 맞불성 관세 115%포인트를 일률적으로 인하하기로 했다. 앞으로 90일 동안 세부 협상 기간이라는 조건부가 달렸지만, 협상에 숨통을 텄다는 점에서 반길 일이다. 그러나 출범 이후 4개월 가까이 보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공세적 외교는 더 거세질 가능성이 커 우리로서는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140여 개의 행정 명령에 서명했고,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이래 가장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과 행정 개혁 등 국내 문제뿐만 아니라 관세를 무기로 무역 전쟁을 벌이면서도,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진행 중인 2개의 분쟁 해결에 힘을 쏟고 있다. 동맹 재조정이라는 카드도 이젠 현실이 되고 있다. 미국 안에서는 행정부의 법 절차 위반과 권위주의적 행태에 대한 반발이 일고, 미국이 설계하고 유지해 온 전후 질서를 뒤흔드는 질서 파괴에 동맹국과 국제사회는 불만과 불신,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100여 일의 짧은 기간이지만 트럼프 2기 외교 안보 정책은 혼돈으로 정의할 수 있다. 우선 1기에 비해 정책·인력·양원 장악을 바탕으로 추진 중인 ‘강화된 트럼프주의(Trumpism on steroid)’가 눈에 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를 노골적으로 추구하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지향하는 전략 목표는 불분명하다. ‘우위(primacy)’ 전략에 따라 지속해서 세계에 관여함으로써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려는 것인지, ‘역할 축소(retrenchment)’ 일환으로 지역별로 우선순위를 정한 뒤 제한적으로 관여하려는 것인지 아직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다만, 최근 미국의 대중 정책을 둘러싼 강·온파 사이의 각축과 백악관 국가안보실을 개편하는 인사 과정에서 나타나듯 정통 보수 공화당이 추구해온 미국의 패권 유지 노선은 일단 힘을 잃었다. 현재로써는 제한적 관여 또는 서반구에 초점을 맞춘 ‘선택과 집중’ 전략 속에 갈지(之)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2기에서 미국의 전략 우선순위 조정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본토-서반구-동아시아-유럽-중동으로 순서를 정하고, 상대적으로 후순위에 속하는 유럽 안보를 유럽에 맡기고 중동은 외교와 제한적 군사력 사용에 국한하려는 것이다. 파나마 운하 관리, 그린란드와 캐나다 편입 주장 등은 서반구에 대한 통제 강화의 일환일 수 있다.

‘동맹 배당(alliance dividend)’ 대신 동맹의 ‘역할과 분담’ 확대도 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시로 동맹국을 마치 미국의 안보 지원을 뒷배로 삼아 미국 경제를 좀먹는 존재, 즉 오히려 적보다 더 미국 국익에 해가 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따라서 미국은 동맹체제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챙길 건 챙기면서도 대중 전략 경쟁에서 동맹을 어떤 식으로든 활용하려 할 것이다.

무엇보다 미국의 국익을 명분으로 규칙 기반의 질서를 바꾸려 하며 약탈적(predatory)인 행태를 보이는 것은 과거 미국의 모습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법이나 약속 위반을 개의치 않고, 다자주의와 국제기구 대신 양자 교섭을 통한 압박을 즐긴다. 이는 19세기 말 낡은 제국주의적 행태로, 우크라이나전쟁 관련 안보리 표결에서 보듯이 러시아·중국·북한과 같은 ‘교란의 축(axis of disruption)’과 행동을 같이하기도 한다. 법보다 힘을 우선하는 약육강식의 세계로 간다는 점에서 전후 국제질서의 심각한 후퇴라 할 수 있다.

이런 트럼프를 견제할 수 있는 건 무기력한 의회 대신 시장, 법원, 여론이다. ‘충격과 공포’가 트럼프 뜻대로 먹혀들지 않는 시장이 가장 강력한 견제 수단이지만, 내년 중간선거를 의식해야 한다는 점에서 여론의 영향력 또한 트럼프의 질주를 막을 수 있는 제동장치가 될 수 있다. 또 법원은 이미 4000여 건의 소송을 통해 트럼프의 보폭에 영향을 주고 있다.

해방 후 최대 위기 한국 외교, 돌파구는
하지만 미국 행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직간접적인 파고와 맞서야 할 한국 입장에선 여기에만 기대고 있을 여유가 없다. 트럼프 2기는 한·미동맹과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흔들 뿐만 아니라 새로 부상한 국가가 기존 패권국을 대신하는 국제 공공재를 제공하지 않아 위기가 발생하는 킨들버거 함정(Kindleberger Trap)을 야기할 수 있다. 한국 외교는 해방 이후 80년 기간 중 가장 힘든 상황을 맞이했다. 트럼프 노선·정책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 이후에도 지속될 것과 원위치로 돌아갈 것을 구분해 대응하는 투 트랙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 사회의 변화와 사회적 합의를 반영한 대중 경쟁이나 제조업 회복, 동맹 비용 분담, 보편관세, 미국 개입 자제, 경제안보 등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트럼프주의가 초래한 동맹 가치 훼손이나 자유주의 국제질서 손상은 정권이 바뀌면 흔들릴 여지가 있다.

한국 외교의 기축인 한·미동맹의 유지가 중요하다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역할·분담 확대 요구는 합리적 범위에서 수용하되 일방적인 수용이 아닌 이에 상응하는 우리의 요구를 반영토록 해야 한다. 무역 문제는 트럼프 정부의 거래적 외교에 비춰 대미 지렛대를 적극 활용해 우리 산업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안보 분야에선 대북 억지력을 약화시키거나 미국이 북한을 사실상 핵무장 국가로 인정하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대미 관계와 북핵 문제 등에서 우리와 비슷한 여건인 일본과의 협력은 필수다. 정체 상태인 한·중 관계도 여건이 좋아진 만큼 개선하고, 단절된 대러 관계도 우크라이나 종전에 맞추어 정상화를 검토해야 한다.

한국 외교의 정체성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원칙과 가치를 지향하면서 일본·유럽·호주·캐나다 등과 협력하고 우리 역할을 늘려나가야 한다. 중견국가로서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와 다자주의의 유지에 힘을 쏟고, 이에 관심이 있고 시장 다변화의 주된 대상인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위주의 신흥 개발도상국)와 협력도 배가해야 한다. 인도·태평양 지역, 특히 동남아·인도와의 관계는 경제를 넘어 포괄적 전략관계로 발전시키기 위한 실질 조치가 시급하다.

3년 남짓 남은 트럼프 2기 내내 외교와 안보는 불확실성, 불가측성, 변동성을 상수로 놓고 대비해야 한다. 유연성·창의성·실효성·민감성이라는 대응 원칙이 필요한 시점이다. 호랑이의 눈으로 소걸음을 하는 호시우행(虎視牛行)이 절실하다. 거국적·초당적 태세를 갖추고 자강, 동맹, 네트워크의 3박자로 이 난국을 헤쳐가야 한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니어재단 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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