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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경 칼럼] 트럼프의 황당한 투자 압박, “너 죽고 나 살자”는 건가

By 한반도평화만들기    - 25-09-29 11:00    78 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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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키신저(1923~2023) 전 미국 국무장관이 에릭 슈밋, 크레이그 먼디와 함께 쓴 『새로운 질서』에는 핀란드 민족 서사시 ‘칼레발라’가 등장한다. 천국의 돔을 설계한 불멸의 대장장이 일마리넨은 늙은 마녀의 요구로 ‘삼포’를 만들었다. 주인을 위해 쉴 새 없이 금은보화를 쏟아내는 화수분 같은 마법의 기계다. 인공지능(AI) 위력을 실감하게 하려는 기담(奇談)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한국은 ‘삼포’다. 한국 외환보유액 4100억 달러의 84%에 해당하는 35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라고 성화다. 시기와 용도는 미국이 정하고, 수익금의 90%를 가져가겠다고 한다. 천하의 샤일록도 놀라 자빠질 불평등 거래다.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이 탄핵되고 외환위기가 온다며 거부했다. 트럼프는 15% 관세 인하를 위한 “선불(先拂·upfront)”이라고 압박했다. 러트닉 상무장관은 한술 더 떠 투자액을 늘리라고 한다. “너 죽고 나 살자”는 악행(惡行)의 연속이다. 일본이 자동차 수출을 지키기 위해 트럼프에게 5500억 달러 ‘백지수표’를 써준 것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외환보유액이 한국의 3배가 넘는 1조3000억 달러나 되고, 기축통화국이다. 미국과의 무제한 통화스와프라는 보험까지 들고 있다. 우리가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요구했지만 미국은 딴청을 부린다. 내 덕으로 부자 됐으니 먹은 걸 토해 내라는 식이다.

‘시한폭탄’ 트럼프가 2016년 대통령직에 도전했을 때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보는 필자에게 “트럼프가 당선될 일은 없을 것”이라며 “당선되더라도 미국의 시스템이 제어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예언은 틀렸다. ‘선출된 황제’는 지금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트럼프의 미국은 우리가 알던 포용적이고 선량한 그 미국이 아니다. 주류 엘리트들이 트럼프를 우습게 아는 우(愚)를 범한 것은 밑바닥 민심을 못 읽었기 때문이다. 제조업 붕괴로 생존 기반을 잃어버린 저학력의 가난한 백인들에게는 힘을 숭배하고 타자를 혐오하는 포퓰리스트 트럼프가 유일한 구세주였다. 영리한 트럼프는 이미 1987년 신문 광고를 통해 “동맹국들이 미국이 제공하는 군사안보에 무임승차하면서 부유해지고 있다”며 “더 이상 우리의 조국이 비웃음을 당하지 않게 하자”고 선동의 전위에 섰다. 한국에 투척한 관세 폭탄과 황당한 현금 투자 요구는 38년 전에 예고된 재앙이었다.

트럼프는 대중의 분노에 편승한 홉스식 현실주의, 제로섬 게임, 협의(狹義)의 국익을 중시했다. 미국 우선주의 깃발을 들고 미국이 수호해온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파괴하는 중이다. 집권 1기 첫해인 2016년 8월 공화당 출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간부 50명은 “대통령은 절제력이 있어야 하고, 감정을 다스리며, 심사숙고한 후에 행동해야 한다(중략). 우리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조차 그의 변덕 때문에 불안에 떨었다”는 성명을 내야 했다. 경제사학자인 스탠퍼드대 니얼 퍼거슨 교수는 ‘트럼피즘’을 “다른 나라들이 모두 미국보다 약하다는 사실을 악용해 그들을 괴롭히는 것”이라고 정리했다.(『미국 외교는 도덕적인가』 조셉 나이)


이 대통령이 굴욕적인 불평등 거래를 거부한 것은 백번 잘한 일이다. 하지만 물밑에서는 이쪽의 절박한 사정을 알리고 설득하고 타협해야 한다. 류진 한경련 회장, 정용진 신세계 회장 등 인맥으로 연결된 기업인들의 협조가 필요하다. 반미(反美)는 백해무익이다. 트럼프의 체면을 세워줄 현실적인 카드가 필요하다. 쌀·소고기 추가 개방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물론 국내 여론을 치밀하게 관리해야 가능하다.

트럼프는 프랭클린 그레이엄, 폴라 화이트 등 보수 목사들과 각별한 사이다. 화이트 목사는 미국 백악관 직속 종교자유위원회 수장이다. 한국 교회의 원로인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 이영훈 순복음교회 담임목사는 이들과 친밀하다. 윤석열·김건희 특검 수사의 유탄이 이들에게 날아간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특검의 통일교 수사도 민감한 사안이다. 트럼프의 멘토인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은 “한국의 새 좌파 정부가 ‘마더 문(Mother Moon·한학자 총재)’을 파괴하려는 미친 의도를 갖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국가적 난제 앞에서 지혜로운 해법이 필요하다.

한·미 동맹을 중시하는 보수 야당이 동맹의 기반을 위협하는 미국의 횡포에 침묵하는 것은 기이한 일이다. 단호한 비판 메시지를 발신하면 미국이 긴장하고, 민심도 하나가 될 수 있다. 여권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 당대표가 “내란 세력과는 악수하지 않겠다”면서 타협의 정치를 거부하는데 야당이 어떻게 협조하겠는가. 사법부 수장(首長)에 대한 공격은 삼권분립을 위협하는 행위다. 이 엄중한 시기에 강경파가 자기 이익을 위해 통합을 불능 상태로 만드는 것은 자해행위다. 트럼프발 경제·안보 복합위기를 해소하려면 국내 통합이 필수다. 이재명 정권의 대승적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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