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곤 이화여대 교수] 세력권 분할 나선 시진핑, 무원칙 개인외교 일관한 트럼프
By 한반도평화만들기
- 26-06-04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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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회담 결산
“중국은 미국을 겁탈하고 있다.” “미·중 관계는 더 큰 번영, 협력, 행복의 미래를 만들 기회다.”
상반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다. 전자는 2016년 미국 대선 기간의 연설이고, 후자는 지난주 미·중 정상회담 때 만찬 건배사다. 극과 극을 오가던 트럼프의 대중 정책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을 사실상 미국과 대등한 G2 반열에 올려놓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미국을 향해 거침이 없었다. 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소환했다. 투키디데스 함정은 신흥 강국이 부상하면 기존의 강대국이 이를 견제하는 과정에서 전쟁이 발생한다는 이론이다. 하버드대 그레이엄 엘리슨 교수에 따르면 현재 미·중 패권 경쟁은 역사상 17번째 투키디데스 함정이며, 과거 사례 통계상 75%의 확률로 전쟁으로 이어졌다.
“세계 양분, 패권 나누자”
시진핑이 트럼프 면전에서 이 개념을 꺼낸 건 명확한 한 가지의 메시지를 염두에 둔 듯하다. ‘우리는 지금 투키디데스 함정 앞에 있다. 역사적으로 이 함정에 빠지면 전쟁이 난다. 그 함정을 피하려면 중국을 대등한 파트너로 인정하라’는 뜻이다. 즉,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두려워하지 말고 받아들이라며 강력한 지위를 인정하라는 요구다.
시 주석이 만찬사에서 내놓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루는 것과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것(마가·MAGA)은 얼마든지 함께 나아갈 수 있다”는 언급도 의미심장하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은 2049년까지 중국을 부유하고 강력하게 만들어 세계의 중심에 세우겠다는 이른바 ‘중국의 꿈’(中國夢)이다. 마가의 본질은 미국 자체에 집중하고 사활적 이해가 없는 지역의 개입을 중단하는 ‘선택적 고립주의’다. 그린란드를 포함한 서반구에서 절대적 영향권 유지로 구체화하고 있다.
시진핑의 발언은 미국과 중국이 세계를 양분해 패권을 나누자는 것이다. 미국은 서반구, 중국은 아시아 지역에서 각자의 영향권을 인정하자는 취지다. 2013년 이래 시 주석이 미국 정상을 만나면 반복하던 “광활한 태평양은 중국과 미국 두 대국을 수용하기에 충분히 넓다”는 발언의 연장선이다. 미국은 동태평양, 중국은 서태평양을 각자 관할하자는 식의 세력권 분할 구상이다.
미국과의 경쟁의사 밝힌 중국
중국은 이를 실현하는 방안으로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를 내세웠다. 중국 외교부의 설명에 따르면 협력을 주축으로 하는 긍정적 안정, 적당한 경쟁을 수반하는 건전한 안정, 관리 가능한 이견을 동반하는 항구적 안정, 그리고 평화를 약속하는 지속적 안정을 의미한다.
이런 중국의 주장은 이전과 차별화되는 자신감의 발로다. 2012년 시진핑이 제시했던 ‘신형 대국 관계’에서 한 발 더 나간 것이다. 이 주장도 미국과 중국을 동등한 위치로 올려놓은 것이지만, 미·중 경쟁 자체를 가능한 부정하고 상호 존중과 이익만 강조한 바 있다. 결정적으로 신형 대국 관계는 미국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반면 이번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는 경쟁을 현실로 인정하고 관리하겠다는 선언이다. 과거 신형 대국 관계가 양국의 공식 합의 문서로 채택되지 못했던 것과 달리,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는 공식 정상회담에서 언급되고 중국 외교부 성명에 명시됐다는 점에서 그만큼 현실 정치에 투영될 가능성도 커졌다.
대중 전략 사라진 트럼프
중국이 ‘대등한 관계’를 강조하는 대전략을 이번 정상회담에서 관철시키려 한 것과는 달리,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전략은 보이지 않았다. 떠오른 강대국 중국과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일관된 인식이나 정책이 없었다. 이란 전쟁으로 인한 미국 경제의 어려움, 이로 인한 트럼프의 지지율 하락, 트럼프의 극도로 개인화된 국제관계 인식이 겹치며 ‘빈손 회담’ 논란을 키웠다.
미국 입장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처음부터 중국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할 수 있다. 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말 트럼프의 지지율은 34%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란 전쟁 이전보다 두 배나 뛴 기름값에 분노한 미국 유권자들이 트럼프의 경제 정책 지지율을 30%로 끌어내린 결과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오는 11월 예정된 중간 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 지위를 잃을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트럼프는 어떻게든 이번 미·중 정상회담을 잘 포장해서 자신의 승리로 선포해 미국 유권자에 다가서야 했다. 실제로 트럼프는 이번에 “환상적인 무역협정”을 도출했다며 중국이 보잉 항공기 200대, 미국산 석유·에너지·대두를 구매한다고 선전했다.
시진핑이 트럼프 면전에서 이 개념을 꺼낸 건 명확한 한 가지의 메시지를 염두에 둔 듯하다. ‘우리는 지금 투키디데스 함정 앞에 있다. 역사적으로 이 함정에 빠지면 전쟁이 난다. 그 함정을 피하려면 중국을 대등한 파트너로 인정하라’는 뜻이다. 즉,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두려워하지 말고 받아들이라며 강력한 지위를 인정하라는 요구다.
시 주석이 만찬사에서 내놓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루는 것과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것(마가·MAGA)은 얼마든지 함께 나아갈 수 있다”는 언급도 의미심장하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은 2049년까지 중국을 부유하고 강력하게 만들어 세계의 중심에 세우겠다는 이른바 ‘중국의 꿈’(中國夢)이다. 마가의 본질은 미국 자체에 집중하고 사활적 이해가 없는 지역의 개입을 중단하는 ‘선택적 고립주의’다. 그린란드를 포함한 서반구에서 절대적 영향권 유지로 구체화하고 있다.
시진핑의 발언은 미국과 중국이 세계를 양분해 패권을 나누자는 것이다. 미국은 서반구, 중국은 아시아 지역에서 각자의 영향권을 인정하자는 취지다. 2013년 이래 시 주석이 미국 정상을 만나면 반복하던 “광활한 태평양은 중국과 미국 두 대국을 수용하기에 충분히 넓다”는 발언의 연장선이다. 미국은 동태평양, 중국은 서태평양을 각자 관할하자는 식의 세력권 분할 구상이다.
미국과의 경쟁의사 밝힌 중국
중국은 이를 실현하는 방안으로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를 내세웠다. 중국 외교부의 설명에 따르면 협력을 주축으로 하는 긍정적 안정, 적당한 경쟁을 수반하는 건전한 안정, 관리 가능한 이견을 동반하는 항구적 안정, 그리고 평화를 약속하는 지속적 안정을 의미한다.
이런 중국의 주장은 이전과 차별화되는 자신감의 발로다. 2012년 시진핑이 제시했던 ‘신형 대국 관계’에서 한 발 더 나간 것이다. 이 주장도 미국과 중국을 동등한 위치로 올려놓은 것이지만, 미·중 경쟁 자체를 가능한 부정하고 상호 존중과 이익만 강조한 바 있다. 결정적으로 신형 대국 관계는 미국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반면 이번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는 경쟁을 현실로 인정하고 관리하겠다는 선언이다. 과거 신형 대국 관계가 양국의 공식 합의 문서로 채택되지 못했던 것과 달리,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는 공식 정상회담에서 언급되고 중국 외교부 성명에 명시됐다는 점에서 그만큼 현실 정치에 투영될 가능성도 커졌다.
대중 전략 사라진 트럼프
중국이 ‘대등한 관계’를 강조하는 대전략을 이번 정상회담에서 관철시키려 한 것과는 달리,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전략은 보이지 않았다. 떠오른 강대국 중국과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일관된 인식이나 정책이 없었다. 이란 전쟁으로 인한 미국 경제의 어려움, 이로 인한 트럼프의 지지율 하락, 트럼프의 극도로 개인화된 국제관계 인식이 겹치며 ‘빈손 회담’ 논란을 키웠다.
미국 입장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처음부터 중국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할 수 있다. 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말 트럼프의 지지율은 34%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란 전쟁 이전보다 두 배나 뛴 기름값에 분노한 미국 유권자들이 트럼프의 경제 정책 지지율을 30%로 끌어내린 결과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오는 11월 예정된 중간 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 지위를 잃을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트럼프는 어떻게든 이번 미·중 정상회담을 잘 포장해서 자신의 승리로 선포해 미국 유권자에 다가서야 했다. 실제로 트럼프는 이번에 “환상적인 무역협정”을 도출했다며 중국이 보잉 항공기 200대, 미국산 석유·에너지·대두를 구매한다고 선전했다.
트럼프는 중국을 비판하는 대신 시진핑 주석에 대해 “나의 친구”, “위대한 지도자”, “따뜻한 사람”이라 불렀다. 트럼프 1기 때 시진핑을 “파산한 사회주의 국가의 공산당 주석”이라 격하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그러면서 대만 문제에 대한 논란을 키웠다. 이미 출발 직전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시 주석은 우리가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지 않기를 원하고 있으며 나는 그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해 충격을 던졌다.
미국은 1982년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 수립된 타이완 관계법 원칙에 따라 대만 무기 판매 문제를 중국과 사전에 협의하지 않는다는 전통을 지켜왔다. 트럼프가 이를 정면으로 거스른 것이다. 회담을 마치고 귀국하는 기내에서도 대만 무기 판매 문제를 시 주석과 상세히 논의했다고 인정했다. 미국 대외정책의 원칙과 규범을 수시로 무시하고, 가치와 체제가 달라도 강한 힘을 지닌 지도자에게 친밀감을 표현하는 트럼프의 특성이 여과 없이 드러난 것이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중국이 미국과 대등한 G2 반열에 공식적으로 올라서는 역사적 분기점이 될 수 있다. 긴 호흡으로 전략적 관계를 정립하려는 시진핑의 중국과 단기적 이해에 치중하는 트럼프의 미국 사이의 경쟁은 중국 쪽으로 기울어질 수 있다. 매번 만남에서 시진핑은 한 발씩 더 전진하려 할 것이고, 트럼프는 원칙 없는 개인 외교로 이를 맞이할 공산이 크다. 지금과 같이 미국이 전략적 일관성을 잃고 물러선다면 한국의 선택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을 보면서 착잡함을 금할 수 없는 이유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미국은 1982년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 수립된 타이완 관계법 원칙에 따라 대만 무기 판매 문제를 중국과 사전에 협의하지 않는다는 전통을 지켜왔다. 트럼프가 이를 정면으로 거스른 것이다. 회담을 마치고 귀국하는 기내에서도 대만 무기 판매 문제를 시 주석과 상세히 논의했다고 인정했다. 미국 대외정책의 원칙과 규범을 수시로 무시하고, 가치와 체제가 달라도 강한 힘을 지닌 지도자에게 친밀감을 표현하는 트럼프의 특성이 여과 없이 드러난 것이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중국이 미국과 대등한 G2 반열에 공식적으로 올라서는 역사적 분기점이 될 수 있다. 긴 호흡으로 전략적 관계를 정립하려는 시진핑의 중국과 단기적 이해에 치중하는 트럼프의 미국 사이의 경쟁은 중국 쪽으로 기울어질 수 있다. 매번 만남에서 시진핑은 한 발씩 더 전진하려 할 것이고, 트럼프는 원칙 없는 개인 외교로 이를 맞이할 공산이 크다. 지금과 같이 미국이 전략적 일관성을 잃고 물러선다면 한국의 선택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을 보면서 착잡함을 금할 수 없는 이유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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