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경 칼럼]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협하는 복병
By 한반도평화만들기
- 26-06-04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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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대통령은 3당 합당 이후 김영삼·김종필과 내각제 개헌을 추진하기로 했다. 1990년 5월 29일 중앙일보 박보균 기자의 특종으로 이 밀약(密約)을 알게 된 이홍구 정치특보는 대통령 면전에서 30분 동안 이의(異議)를 제기했다. 당신의 정치적 자산은 대통령을 직선제로 선출한다는 6·29 선언 하나뿐인데, 직선제를 바꾸는 것은 국민에 대한 약속을 깨고 자산을 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 반발이 커서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도 했다. 이홍구는 내각제론자지만 의회민주주의 절차가 아닌 ‘밀약’의 형태로 추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이홍구 평전』 김학준). 내각제 개헌은 김영삼의 강력한 반발로 무산됐다.
취임 1주년을 맞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안정적인 60%대다. 중도실용 노선으로 균형을 잡고, 빈틈없이 국정을 챙기면서 국민의 마음을 얻었다. 여권의 지방선거 전략이 “우리에겐 이재명이 있다”일 정도다. 그러나 무서운 복병(伏兵)이 기다리고 있다. 대통령 자신에 대한 공소(公訴)취소 문제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는 4월 30일 ‘윤석열 정치검찰 조작기소 진상규명 특검법’을 발의했다. 이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검이 공소취소 권한을 갖게하는 법이다. “도둑이 경찰을 임명하는 것”이라는 야당의 반발, “부당한 특권”이라는 여론의 역풍이 거세다. 놀란 여권은 지방선거 이후로 법안 처리 일정을 미뤘다.
다수당의 입법 권력을 등에 업은 특검이 재판이 진행 중이거나 확정판결이 난 사건을 없는 것으로 만들면 반칙이다. 범부(凡夫)의 상식과도 충돌한다. 헌법이 규정한 삼권분립 원칙과 사법 시스템은 걸레가 된다. 헌법 101조 1항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했다. 특검은 집권세력의 압력으로부터 수사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권력자인 현직 대통령을 위한 특검은 취지를 부정하는 괴물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의 어떤 참모도 위헌임을 경고하지 않았다. 이홍구 같은 양심적이고 냉철한 참모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여권 전체가 위헌 시비에 휘말리고 선거 판세가 흔들려 격전지 후보가 비명을 지르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 소용돌이 속에서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국민의힘을 제외한 여야 6개 정당이 공동발의한 개헌안이 무산되고 만 것이다. 헌법 전문(前文)에 부마 민주항쟁과 5·18 정신을 명시하고, 계엄에 대한 국회 통제와 지방분권을 강화하자는 데에 누구도 반대할 명분은 없었다. 그러나 집권당이 입법 권력으로 대통령 공소취소를 추진하는 상황이 문제였다. 지금 있는 헌법도 안 지키면서 더 나은 헌법을 만들겠다는 건 난센스다. 이걸 용납할 수 없다는 국민의힘의 반대 이유는 설득력이 있다.
‘누구도 자기 사건의 재판관이 될 수 없다’는 철칙은 근대 법치국가 운영의 대전제다. 프랑스의 최근 사례는 중요한 준거가 될 것이다. 시라크 대통령은 파리시장 시절 공금 횡령 관련 재판이 퇴임 직후 재개돼 2011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리비아 독재자 카다피에게 뒷돈을 받은 사르코지 대통령은 퇴임 이후 수사와 재판이 재개돼 지난해 징역 5년을 선고받고 감옥에 들어갔다. 프랑스 헌법 67조가 현직 대통령에게 면책특권을 부여한 것은 국정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것이지 권력자의 죄를 영원히 덮자는 취지가 아닌 것이다.
이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사람이 없는 것은 유감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스스로 여당에 공소취소 특별법 추진을 중단하라고 딱부러지게 요구해 헌법 수호 의지를 보여야 한다. 대통령은 국가 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이다. 사적(私的) 이익보다 국익과 법 질서를 수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대통령 이재명이 자연인 이재명의 유혹을 제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이 위임한 권력에 대한 배임행위가 된다. 지금 우리는 헌법을 무시한 전직 대통령이 철저하게 단죄되는 모습을 보고 있다. 만일 지방선거 이후 공소취소가 현실이 되면 또 다른 비극이 시작될 것이다. 여권이 만든 공수처도 위헌성을 지적했고, 시민단체인 경실련도 우려하고 있다. 여론도 심상치 않다.
이 나라에선 멀쩡하던 사람도 대통령만 되면 권력에 취해버린다. ‘대통령’이라는 호칭이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19세기 일본 지식인은 미국의 ‘프레지던트(president)’를 “크게(大), 모두를 거느리고(統), 다스린다(領)”는 뜻의 ‘대통령(大統領)’으로 조어(造語)했다. 국민을 섬겨야 할 일꾼에게 천부당만부당한 극존칭이다. 경험 세계의 한계 때문에 발생한 번역 오류가 주권자 위에 군림하는 전제군주를 탄생시켰다. 국민의힘도 하반기 국회에서 대통령 권한을 분산하는 7공화국 개헌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여야는 머리를 맞대고 시대착오적 호칭부터 정리하기 바란다. 물론 이 대통령이 공소취소 특검을 폐기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카오스를 피하고 성공한 대통령이 되는 길이다.
이하경 대기자
다수당의 입법 권력을 등에 업은 특검이 재판이 진행 중이거나 확정판결이 난 사건을 없는 것으로 만들면 반칙이다. 범부(凡夫)의 상식과도 충돌한다. 헌법이 규정한 삼권분립 원칙과 사법 시스템은 걸레가 된다. 헌법 101조 1항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했다. 특검은 집권세력의 압력으로부터 수사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권력자인 현직 대통령을 위한 특검은 취지를 부정하는 괴물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의 어떤 참모도 위헌임을 경고하지 않았다. 이홍구 같은 양심적이고 냉철한 참모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여권 전체가 위헌 시비에 휘말리고 선거 판세가 흔들려 격전지 후보가 비명을 지르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 소용돌이 속에서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국민의힘을 제외한 여야 6개 정당이 공동발의한 개헌안이 무산되고 만 것이다. 헌법 전문(前文)에 부마 민주항쟁과 5·18 정신을 명시하고, 계엄에 대한 국회 통제와 지방분권을 강화하자는 데에 누구도 반대할 명분은 없었다. 그러나 집권당이 입법 권력으로 대통령 공소취소를 추진하는 상황이 문제였다. 지금 있는 헌법도 안 지키면서 더 나은 헌법을 만들겠다는 건 난센스다. 이걸 용납할 수 없다는 국민의힘의 반대 이유는 설득력이 있다.
‘누구도 자기 사건의 재판관이 될 수 없다’는 철칙은 근대 법치국가 운영의 대전제다. 프랑스의 최근 사례는 중요한 준거가 될 것이다. 시라크 대통령은 파리시장 시절 공금 횡령 관련 재판이 퇴임 직후 재개돼 2011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리비아 독재자 카다피에게 뒷돈을 받은 사르코지 대통령은 퇴임 이후 수사와 재판이 재개돼 지난해 징역 5년을 선고받고 감옥에 들어갔다. 프랑스 헌법 67조가 현직 대통령에게 면책특권을 부여한 것은 국정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것이지 권력자의 죄를 영원히 덮자는 취지가 아닌 것이다.
이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사람이 없는 것은 유감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스스로 여당에 공소취소 특별법 추진을 중단하라고 딱부러지게 요구해 헌법 수호 의지를 보여야 한다. 대통령은 국가 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이다. 사적(私的) 이익보다 국익과 법 질서를 수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대통령 이재명이 자연인 이재명의 유혹을 제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이 위임한 권력에 대한 배임행위가 된다. 지금 우리는 헌법을 무시한 전직 대통령이 철저하게 단죄되는 모습을 보고 있다. 만일 지방선거 이후 공소취소가 현실이 되면 또 다른 비극이 시작될 것이다. 여권이 만든 공수처도 위헌성을 지적했고, 시민단체인 경실련도 우려하고 있다. 여론도 심상치 않다.
이 나라에선 멀쩡하던 사람도 대통령만 되면 권력에 취해버린다. ‘대통령’이라는 호칭이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19세기 일본 지식인은 미국의 ‘프레지던트(president)’를 “크게(大), 모두를 거느리고(統), 다스린다(領)”는 뜻의 ‘대통령(大統領)’으로 조어(造語)했다. 국민을 섬겨야 할 일꾼에게 천부당만부당한 극존칭이다. 경험 세계의 한계 때문에 발생한 번역 오류가 주권자 위에 군림하는 전제군주를 탄생시켰다. 국민의힘도 하반기 국회에서 대통령 권한을 분산하는 7공화국 개헌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여야는 머리를 맞대고 시대착오적 호칭부터 정리하기 바란다. 물론 이 대통령이 공소취소 특검을 폐기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카오스를 피하고 성공한 대통령이 되는 길이다.
이하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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