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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현 이사장 기고] 내가 북한에 희망을 놓지 않는 까닭은

By 한반도평화만들기    - 18-05-09 13:05    3,561 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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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서 김정은 진정성 엿보여
한반도 앞날 조심스럽게 낙관
비핵화 협상의 핵심은 속도
중국 배제도, 일본 패싱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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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역사적 만남은 한반도 운명에 중대한 변곡점이 될 게 틀림없다.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없진 않지만, 나는 한반도의 앞날을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진정성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판문점 회담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전쟁 종식’을 선언했다. 노동신문은 완전한 비핵화가 명시된 ‘판문점 선언’을 전문 그대로 실었다. 정상회담 관련 소식도 가감 없이 보도했다. 남북 정상이 세계 언론 앞에 나란히 서서 공동선언문을 발표한 것도 처음이다. 

김정은의 변화는 핵무기를 갖고 있는 한 경제 발전은 어렵다는 자각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에는 시장경제의 실험장인 장마당이 500개가 넘는다. 주민들 사이엔 500만 대의 휴대전화가 보급돼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최대 압박’ 캠페인이 무한정 지속할 경우 주민들의 욕구와 불만을 더는 억누르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중국과 베트남식 경제 발전에 대한 열망도 작용했다고 본다. 

최대 공로자는 트럼프와 문 대통령이다. 트럼프는 ‘힘을 통한 평화’를 앞세워 경제·군사적으로 북한을 최대한 압박했다. 특히 대북 경제 제재에 중국의 동참을 끌어낸 게 결정타였다. 문 대통령은 성실하고 노련한 중재 외교로 트럼프와 김정은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냈다. 상대의 패를 읽고, 최적의 베팅 타이밍을 찾아낸 김정은의 판단력과 배짱도 주목할 만하다. 나이답지 않은 당당함과 의젓함도 돋보인다. 판문점 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은은 불안하고 믿을 수 없는 젊은 독재자의 이미지를 어느 정도 불식시켰다. 아버지뻘 연장자인 문 대통령에게는 깍듯하게 예의를 차렸다. 판문점에서 형성된 두 사람의 인간적 유대는 향후 남북문제와 핵 문제 해결에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 정부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맞서 김정은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체제보장(CVIG)’을 요구하고 있다. 두 사람이 벌일 비핵화 협상의 핵심은 시간과 속도다. CVID와 CVIG의 교환 방식으로 비핵화와 체제보장 문제를 일괄 타결하고, 비핵화 목표 시점을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 트럼프가 재선에 도전하는 2020년 가을을 데드라인으로 정하고, 그 전에 비핵화를 완료하도록 구체적 이행 스케줄을 짜야 한다.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오는 22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완벽한 합의를 이룰 필요가 있다.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 정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을 공동목표로 확인했지만 ‘핵 없는 한반도’가 함정일 수 있다. 핵무기를 동원할 수 있는 주한미군의 철수나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금지, 한국에 대한 핵우산 철거가 북한의 숨은 의도일 수 있다. ‘판문점 선언’에는 비핵화의 대상과 방식, 일정에 관한 언급이 없다. 북·미 정상회담의 몫으로 남겨뒀다고 볼 수 있지만 아쉬운 대목이다. 

비핵화는 북·미가 풀어야 할 문제이지만 큰 틀에서 보면 미·중 간 문제다. 중국의 협조가 없었다면 북·미 정상회담은 성사되기 어려웠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중국이 소외감을 느끼게 해서는 안 된다. 트럼프에게 전략적 마인드가 있다면 북한을 미·중 관계의 카드로 활용할 생각을 할 것이다. ‘일본 패싱’도 안 된다. 북한을 글로벌 경제에 편입시키고, 동북아 다자안보 질서를 실현하는 데 있어 일본은 불가결한 요소다.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한·미·일이 ‘한 팀’처럼 움직여야 한다. 

트럼프와의 담판에 앞서 선의를 보여줄 것을 김 위원장에게 권하고 싶다. 미국인 억류자 3명을 송환하고, 북한 인권 문제에서 전향적 조처를 한다면 성공적인 회담 분위기 조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트럼프도 김정은을 유혹할 선물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비핵화 완료 즉시 대규모 공적개발원조를 제공하고, 최혜국 대우와 특혜관세를 적용하는 등 북한 경제 발전에 기여할 제도적 지원책이 좋다. 

핵 무력을 포기하는 것은 김정은으로서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특히 군부의 잠재적 불만을 무마하는 것은 큰 도전이다. 남한 내 보수 세력의 김정은에 대한 냉소와 불신의 벽을 넘어서기도 쉽지 않은 과제다. 반공(反共)·반북(反北) 진영까지 끌어안아 국론을 결집하는 것은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의 몫이다. 

공자는 ‘신뢰가 없으면 설 수가 없다(無信不立)’고 했다. 의심스러워도 일단 김정은을 믿고 한 번 더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이다. 김정은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보인 대담하고 열린 자세를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보여야 한다. 판문점에서 시작된 평화의 물결이 트럼프·김정은 회담을 통해 한반도와 동북아의 냉전 구도를 해체하는 대 격랑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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