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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경 칼럼] 트럼프발 중동·유럽 혼란, 남의 일이 아니다

By 한반도평화만들기    - 26-03-09 18:02    8 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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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이 불신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대통령에 처음 출마한 2016년부터 “새로운 전쟁은 없다”고 약속했다. 미국이 베트남·이라크·아프가니스탄·리비아에서 정권 교체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역사를 비판해 왔다. 네오콘을 “전쟁광”이라고 비난했다. ‘미국 우선주의’로 무장한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세력은 열광했다. 


지금 트럼프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2025년 두 번째 임기 취임 이후 군사행동을 승인한 나라는 7개국이다. 인구 9000만 명의 이슬람 시아파 맹주 이란까지 건드렸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손잡고 감행한 공습과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 폭사로 중동과 유럽은 전혀 원하지 않는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그는 2027년 국방예산을 사상 최대인 50% 증액한 1조5000억 달러로 늘리자고 요청한 상태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1961년 퇴임하면서 “군산복합체의 영향력이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고 했다. 장사꾼 출신인 트럼프의 역주행은 5성 장군 출신 대통령의 경고를 소환하고 있다.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의 도덕적 기반은 트럼프에 의해 무너졌다. 그가 비난했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2003년 이라크 전쟁 개전(開戰)을 앞두고 의회의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트럼프는 미국 헌법과 의회를 무시하고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전쟁을 개시했다. “우리는 의미있는 합의를 할 것”이라는 기만술로 상대를 방심하게 한 뒤 협상 도중 전쟁을 일으켰다. 영국·프랑스·스페인·캐나다 등 전통적 맹방(盟邦)까지 “국제법 위반”이라며 등을 돌렸다.

이 전쟁의 입구는 인간이 발견했지만 출구는 신(神)만이 안다. 의도를 숨긴 위험천만한 도박이 장기화되면 미국과 세계는 비명을 지를 것이다. 미국 조지 W 부시 정부는 20년간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2조2000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미군 2400여 명, 아프가니스탄의 군경과 민간인, 탈레반 등 17만여 명이 사망했다. 민주정부는 수립되지 않았고, 탈레반이 통치 중이다. 8년9개월의 이라크전 결과도 참담했다. 혁명수비대가 결사항전을 선언한 이란의 병력은 예비군까지 포함하면 120만 명이다. 국토의 대부분은 험준한 산악지대다. 천하의 트럼프라도 악몽에서 깨어나지 못할 수 있다.

미국은 하루 평균 9억 달러를 이번 전쟁에 쓰고 있다. 20년간 수렁에 빠지면 비용은 6조5000억 달러가 된다. 현재도 적자 규모가 1조8000억 달러인 미국의 재정과 세계경제에는 재앙이다. 대만해협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팽창을 억제할 미국의 군사적·경제적 능력이 고갈될 수도 있다. 국제 에너지 위기로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미국 주도의 수입 제재가 풀리고, 가격이 치솟으면서 푸틴 대통령이 미소짓고 있다. 나토와 대서양동맹의 결속력에는 균열이 발생했다. 이란 난민이 유입되기 시작하면 유럽은 혼란을 겪을 것이다. 트럼프가 원하는 전리품이 과연 이것인가. 마가 진영은 트럼프의 이해할 수 없는 배신에 분노하고 있다. 폭스뉴스 진행자였던 터커 칼슨은 “정말 역겹고 사악하다”고 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는 사면초가 상태다. 4~6주 안에 전쟁을 끝내겠다고 한 약속을 지킬 능력은 있을까.

2003년 이라크 전쟁 개전 직후 북한 김정일은 미군 폭격이 두려워 백두산 부근 지하 요새로 피신했다. 반면에 김정은은 이란 공습 직후 황해북도 상원세멘트 공장에 나타났다. 핵무기를 손에 쥐었고, 러시아와의 밀착으로 전략적 지위가 높아졌다는 자신감을 과시했다. 다음 달 초 시진핑과의 정상회담을 앞둔 트럼프는 그에게 “전제조건 없이 만나자”고 했다. 김정은은 이 위험한 상대를 더 연구해야 한다. 미국은 지난해 6월에 이어 이번에도 이란 핵시설을 파괴했다.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북한이 성의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으면 트럼프가 돌발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 트럼프 집권 1기 때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는 김정은 정권 전복 비밀공작을 계획했다. 트럼프는 올해 1월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생포한 뒤 “나는 국제법이 필요없다”고 했다. 그리고 지난주 이란을 공습해 하메네이를 제거했다. 지금 트럼프는 “다음은 쿠바”라는 메시지를 반복하고 있다. 전쟁과 ‘참수작전’에 익숙해진 상태다.


지금 한반도에도 중동의 불길이 날아들고 있다. 주한미군의 패트리엇 포대와 병력이 이란 전쟁에 동원되면 대북 억지 태세가 약화된다. 김정은의 오판이 우려된다. 경제 상황도 엄중하다. 한국은 원유 수입과 대외 무역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유가 상승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럴수록 내부 통합이 절실하다. 이스라엘 제1 야당 대표는 뇌물수수·사기 혐의와 실정(失政)을 이유로 네타냐후의 사퇴를 요구해 왔다. 그러나 이란 공습 직후 “이런 순간에 우리는 하나로 결집해 함께 승리한다”며 정쟁 중단을 선언했다. 위기 앞에 선 우리도 내부를 향한 총질을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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