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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경 칼럼] 황당한 트럼프…그래도 미국은 도와야 할 혈맹

By 한반도평화만들기    - 26-04-07 09:55    20 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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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년 12월 7일 일본이 석유 금수(禁輸)조치에 반발해 진주만 공습을 일으키자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에 뛰어들었다. 외교적 협상 중에 뒤통수를 맞아 분노했지만 전후 일본을 우방으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지금과 달리 미국은 냉철한 이성이 지배하는 나라였다. 노련한 외교관 조셉 그루 국무차관이 주도했다. 그는 1932년부터 9년간 주일대사로 근무했다. 부인은 1854년 일본 개항을 이끈 매슈 페리 제독의 증손녀다. 


진주만 공습 직후 대사관에 구금됐다가 9개월 만에 풀려나 귀국했다. 강경파는 천황을 처형하자고 했지만 그는 천황제를 폐지하면 일본인들이 결사항전할 거라고 판단했다. 아시아에서 공산주의의 확산을 막기 위해 일본을 협력적 민주국가로 재건하자는 논리를 펼쳤다. 전후 일본은 적국(敵國)에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자관계”(맨스필드 전 주일대사)로 탈바꿈했다. 이란과 전쟁 중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석기시대로 돌려놓겠다”고 했다. 죄 없는 국민에게도 고통을 주겠다는 것이다. 9500만 페르시아 제국 후예들은 두고두고 불구대천의 원수로 남을 것이다. 미국의 퇴행이 걱정스럽다.

1956년 이집트가 수에즈 운하를 국유화하자 영국과 프랑스가 이집트를 공격했다. 이란전쟁에서 미국과 손잡은 이스라엘은 그때도 전쟁에 합세했다. 나세르 이집트 대통령은 녹슨 배 수십 척에 돌을 가득 실어 침몰시켰다. 운하가 봉쇄되면서 페르시아만 유전지대로 향하는 유럽의 생명줄이 끊겼다. 유가가 폭등하고 세계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동맹국의 사전 통보 없는 개전(開戰)에 분노한 미국은 보유 중인 파운드화를 팔겠다고 위협했다. 석유 원조 요청도 거부했다. 270억 파운드(현재 가치로 약 1조 달러)의 국가부채를 짊어진 영국 경제는 붕괴 위기에 빠졌다. 영국·프랑스는 유엔총회의 결의에 따라 철수하는 굴욕을 겪었고, 파운드화는 기축통화의 지위를 잃었다. 대영제국의 종말을 알리는 ‘수에즈 모멘트’였다. 트럼프가 일으킨 ‘호르무즈 모멘트’의 충격은 이보다 크다.

이란전쟁으로 미국의 동맹국은 울상이고 적대국은 미소짓고 있다. 뜻밖의 역설적 상황이다. 미군이 주둔 중인 걸프 동맹국은 이란의 폭격을 당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는 상의 없이 전쟁을 일으킨 트럼프의 호르무즈 파병 요청을 거부했다. 주요 국가들이 자국 영공 통과를 막자 트럼프는 “나토 탈퇴를 절대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협박했다. 2차대전 이후 미국 리더십을 뒷받침해 온 동맹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이란은 호르무즈 특수(特需)를 누리고 있다. 해협 통행료가 계획대로 들어오면 한 해 1000억 달러(약 150조)의 수익을 챙길 판이다. 국내총생산(GDP)의 20~30%다. 달러 대신 위안화 결제가 이뤄지고 있어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지켜주는 ‘페트로(Petro)달러’ 체제에 균열이 생겼다. 러시아는 유가 급등으로 연 80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게 된다. 내 편에 피해를 주고 적을 이롭게 하는 트럼프의 신묘한 전략이 눈부시다.

한반도와 대만의 운명은 하나로 연결돼 있다. 트루먼 미국 대통령은 1950년 6월 25일 북한이 남침하자 이틀 뒤 한국에 해·공군을 지원하는 동시에 대만해협에 7함대를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맥아더 미 극동군사령관은 중공군이 침입하려 한다면 F-80을 앞세운 비행대대 3개를 파견하겠다고 했다(『콜디스트 윈터』 데이비드 핼버스탬). 만에 하나 내년에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미국의 허점을 노린 북한의 도발은 정해진 순서다. 그런데 이란전쟁으로 아시아 지역 미국 탄약 재고는 고갈됐다. 토마호크 미사일의 최소 5분의 1, 요격 미사일의 3분의 1이 소모됐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대만의 심각한 우려를 전했다. 한국은 잠잠하다.


이란전쟁은 한·미 동맹에 악재다. 트럼프는 한국을 콕 집어 “도움이 되지 않았다. 우리는 험지에, 핵 무력 바로 옆에 4만5000명의 군인을 두고 있는데도 그랬다”고 했다. 심상치 않다. 다카이치 일본 총리는 트럼프를 안고 춤추고 노래를 불렀다. 두 번째 대미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평화헌법을 이유로 호르무즈 파병을 거부했지만 트럼프의 분노를 피했다. 한국은 미국의 항의를 받고서야 대미투자특별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와 달리 일본은 하루도 빠짐없이 미국과 화상으로 실무회담을 해 왔다”고 우려했다.

미국은 한국전쟁으로 우리가 지옥 문 앞에 섰을 때 연인원 178만9000명을 파병했다. 3만6574명이 전사했고, 10만3284명이 부상당했다. 한국은 경제력 12위, 군사력 5위의 나라다. 트럼프의 결정은 종잡을 수 없고 황당하다, 중견국가들과 연대해 국익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도 혈맹인 미국이 어려울 때 팔짱만 끼고 있으면 안 된다. 어떻게든 도와야 한다. 고도의 전략적 균형점을 찾아서 과감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미국은 반드시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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