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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경 칼럼] 한탕주의 현금 파티로 반도체 죽일 셈인가

By 한반도평화만들기    - 26-05-06 13:34    6 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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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 인텔은 1970년대부터 반도체 기술을 선도하며 PC 시대의 제왕으로 군림했다. “외계인을 잡아다가 고문해 반도체 칩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들 했다. 그러나 단기 실적을 중시하는 마케팅·재무 전문가들이 최고경영자(CEO)가 되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원가 절감과 주주 이익에 치중해 투자와 연구개발에 소극적이다 보니 PC에서 모바일 칩으로 바뀌는 흐름을 놓쳤다. 


브라이언 크르자니치 CEO는 2016년 전체 인력의 10%인 1만2000명을 해고했다. 여기에 다수의 연구개발 인재가 포함됐는데 이들이 경쟁사인 AMD로 이직했다. 그는 “AMD가 보낸 스파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후임자인 밥 스완은 2017~2018년 챗GPT 개발사인 오픈 AI의 지분 30% 인수 제의를 받았지만 “당장 수익이 안 된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일본 반도체는 1980년대 세계시장을 평정했다. D램 점유율은 80%에 육박했다. 하지만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인위적인 엔고로 가격 경쟁력이 약화됐고, 일본을 노골적으로 견제하는 미·일 반도체 협정으로 추락했다. 미국은 후발 주자인 삼성전자에 기술과 라이선스를 아낌없이 제공했다. 대만 TSMC도 반사이익을 얻었다. 일본의 오만이 화근이었다. 극우 정치인 이시하라 신타로는 1989년 문제의 저서 『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에서 미국도 일본 반도체가 없으면 첨단무기를 만들 수 없다고 했다. 그러니 일본의 대외전략 기조를 2등 국가에서 패권국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필 소니의 공동 창업자 모리타 아키오가 공저자였다. 미국은 일본 반도체를 안보 위협으로 인식하고 사정없이 때린 것이다.

투자 타이밍을 번번이 놓친 것도 패착이었다. 일본 기업들은 메모리 초강자였지만 시장이 PC와 모바일, 서버, AI로 옮겨가는 동안 새 공정과 사업 모델에 올라타지 못했다. NEC와 히타치, 미쓰비시의 D램 사업을 합쳐 만든 엘피다메모리는 정부와 금융기관의 지원을 받았지만 2012년 파산했다. 2021년 발표된 경산성 ‘반도체 전략’ 보고서는 일본의 반도체 기업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2030년께 0%대에 수렴할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는 2020년 초부터 반도체 산업 지원에 3조3000억 엔(약 270억 달러)을 쏟아붓고 추격전에 나섰다. 국가전략산업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노조는 올해 3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연간 영업이익의 15%인 45조원을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있다. 영업이익의 10%, 1인당 6억원을 받는 SK하이닉스 모델을 따르겠다는 것이다. 21일부터는 3주간의 파업이 예고돼 있다. 직간접 손실액은 30조원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수출액은 전체 수출액의 23%다. 자동차·스마트폰·가전 등 주력 수출 품목에도 반도체가 들어간다. 파업으로 타격을 받는 수출 품목은 80%에 이른다. 수출과 대외신인도에 치명적 충격을 미칠 것이다. 감당할 수 있는가.

반도체 기업은 적자일 때도 거액의 자본을 끊임없이 투입해야 글로벌 경쟁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생산라인 하나만 늘려도 50조원이 들어가는 초고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숙명처럼 이런 지뢰밭을 묵묵히 통과하면서 글로벌 강자가 됐다. 잘나간다고 방심하면 인텔처럼, 일본처럼 한 방에 끝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이 점을 경고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돈을 벌면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 등에 최우선적으로 배정한다. 그런데 삼성전자 성과급 45조원은 지난해 R&D 투자비 37조원보다 많고, 주주 배당금 11조원의 4배나 된다. 김 장관도 “현 단계에서 어느 정도 이익을 누리고, 미래 세대의 몫이자 미래 경쟁력을 위해 남겨놓을 것인지에 대한 조화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지구상에서 반도체 기업이 성과급 갈등과 파업 리스크로 홍역을 앓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뭔가 잘못됐다. 국민 69%는 삼성 노조의 이기적인 주장에 반대한다.


반도체 산업은 경제와 안보가 모두 걸린 국가 전략자산이다. 오죽하면 소년공 출신인 이재명 대통령이 나서 “자신들만 살겠다고 한다”고 노조에 쓴소리를 했을까. 이 기회에 핵심 기술로 기여한 사람들이 확실히 보상받을 수 있도록 성과급 체계를 정교하게 재설계해야 한다. 투자에 집중하려면 현금성 보상보다는 중장기 성과에 따른 주식 보상이 바람직하다. 일정 기간 동안 팔 수 없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이 한 방법이다. 회사와 직원이 ‘성장’이라는 목표를 공유하면서 일체감을 가질 수 있다. 고급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노다지가 굴러오니 한 밑천 챙기자는 한탕주의식 현금 파티는 정답이 아니다. 삼성 이병철·이건희 회장과 SK 최태원 회장은 그룹 전체가 망할 각오를 하고 무모하게 도전해서 반도체를 성공시킨 벤처기업가, 애국자다. 노조도 회사의 생존과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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