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호의 한반도평화워치] 베이징·평양 밀착과 워싱턴의 시선…뒤처지는 서울의 좌표 > 칼럼

본문 바로가기

팝업레이어 알림

팝업레이어 알림이 없습니다.
사이트 내 전체검색
HOME > 재단소식 > 칼럼

[조동호의 한반도평화워치] 베이징·평양 밀착과 워싱턴의 시선…뒤처지는 서울의 좌표

By 한반도평화만들기    - 26-06-29 10:31    2 views

본문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일 아침 그의 기고문을 실었다. 시 주석은 북·중 관계 발전을 위한 ‘원대한 계획’을 토의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기고문에 썼다. 긴밀한 전략적 의사소통을 통해 이미 북·중 관계 발전의 ‘설계도’를 함께 마련했다고도 했다. 결국 ‘설계도’를 토대로 실행을 위한 구체적 협력 방안을 담은 ‘원대한 계획’을 만들자는 공개제안이었던 셈이다. 


양측이 새로운 단계로 두 나라 관계를 규정하며 시 주석의 기대는 충족됐다. 북한의 전략적 이해에도 부합했다. 7년 전 시 주석의 첫 방북 당시 조선중앙통신은 “두 나라 친선 관계를 훌륭히 계승했다”는 정도로 평가했다. 그러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번에 “조·중 친선을 가장 중대한 제1의 전략적 사업으로 견지한다”며 북·중 관계를 “특수하고 진실하며 공고한 전략적 관계로 강화 발전시키기 위하여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중 우호의 상징인 우의탑을 참배한 자리에서 양국이 ‘하나의 운명’이라고 한 시주석은 방북을 마친 뒤 감사 전문에서 “중·조 관계는 이미 새로운 역사적 여정에 들어섰다”고 선언했다. 인민일보는 지난 10일 이번 회담의 특징을 “깊은 역사적 기반, 견고한 정치적 토대, 그리고 강한 정서적 유대”라고 규정했다. 이제 북·중 관계가 단순한 외교관계를 넘어 역사·정치·정서가 결합된 특별한 관계로 발돋움했다는 것이다. 같은 날 노동신문 역시 새 시대 관계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했다.

북, 10년 만에 중·러 연대 구축
10년 전인 2016년으로 돌아가 보자. 김 위원장은 그해 신년사에서 인민 생활 향상을 위한 ‘휘황한 설계도’를 펼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인민 생활 문제를 “천만 가지 국사 가운데 제1 국사”라고도 했다. 그러나 오히려 경제는 뒷걸음쳤고, 먹고 사는 문제는 힘겨웠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경제제재 때문이었다. 중국과 러시아조차 대북 제재에 동참했다.

할 수 없이 김정은은 한국과 미국에 기대 돌파구를 찾았다. 그래서 2018년 신년사에서 “북남관계를 하루빨리 개선하자”고 제안했고, 2월 평창 겨울올림픽에 선수단과 대규모 응원단을 파견했다. 핵을 완성했다는 핑계로 오로지 경제에 집중하겠다면서 ‘핵·경제 병진노선’까지 폐기했다. 그리고 4월 남북 정상회담, 6월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행보를 통해 ‘북-남-미 연대’를 모색했다. 하지만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로 북한의 시도는 실패했다. 코로나19로 북한 경제는 최악의 상황으로까지 몰렸다. ‘휘황한 설계도’는 ‘파산한 설계도’가 됐고, ‘환상의 설계도’로 남았다.

그러나 2022년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북한에겐 행운이었다. 군사·경제적으로는 물론 외교적으로도 회생의 발판이 됐다. 한국과는 두 국가라고 선언하고 아예 물리적 장벽까지 쳤다. 하지만 북한이 정상화의 길로 가는 데 러시아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래서 지난해 9월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을 계기로 소원해졌던 북·중 관계 정상화를 시도했고, 이번 정상회담으로 복원 그 이상을 만들어냈다.

시진핑 주석의 방북 기간 중 중국의 공식 발표문 9건을 분석하면,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발전’(30회), 두 번째는 ‘우의’(21회)였다. 양국 관계를 더욱 공고히 만들자는 의지이고, 서로 한 편임을 잊지 말자는 다짐이다.

경제·외교적 여유로 한국은 뒷전
북한이 러시아에 이어 중국과 밀월관계 이상을 약속하며 한반도를 둘러싼 판은 완전히 바뀌었다. 무엇보다 북-중-러 연대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됐다. 이번 북·중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는 아예 거론되지 않았다. 러시아는 진작 비핵화에 반대해 왔고, 중국도 동조한 형국이다. 시 주석은 주민의 ‘보다 훌륭한 복리’를 강조하며 중국도 러시아처럼 대북 경제제재에서 이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으레 중국이 한반도 정책의 원칙으로 이야기하던 ‘조선(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이번에 빠진 것은 북한의 두 국가론을 용인한 결과로 해석된다. 나아가 두 정상은 함께 노동당 중앙간부학교를 방문하는 모습을 연출하며 “사회주의 국가 간 관계의 본보기”를 과시했다. 실질적이고, 이념적인 유대 형성과 함께 한·미·일 협력 구도에 맞서겠다는 예고인 셈이다.

경제적으로도 북한의 자신감은 한층 강화됐다. 말로만 휘황했던 ‘설계도’는 어쩌면 현실 가능성을 갖춘 ‘계획’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양측이 경제·무역·농업·건설·과학기술·보건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뿐만 아니라 국경 통상구의 전면 재개통, 민항 항공편과 국제 여객열차의 운행 재개 등 구체적 사안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과거의 ‘설계도’는 북한 혼자였지만, 이번의 ‘계획’은 중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배경으로 한다. 제대로 실천된다면 한국, 미국과의 관계 개선은 급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한반도의 판 자체가 이렇게 바뀌는데, 우리의 준비는 충분한지 우려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미·중 정상회담 당시 북한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 자리에서 시 주석이 6월의 평양 방문 계획을 알렸을 수도 있다. 그런데 상세한 내용들이 우리에게 전달됐는지 모르겠다. 미국의 정보공유 제한조치가 해제되었다는 소식이 없는 것을 보면 대미 관계는 여전히 원활하지 않은 듯하고, 대만 문제 등으로 대중 관계도 순조롭지 않아 보인다.


우리 국방부가 6·25전쟁에 대한 중국의 입장인 ‘항미원조’라며 비위를 맞춘다고 중국이 우리 편을 들 리 없다. 통일부가 탈북자를 ‘북향민’이라고 부른다고 북한의 마음이 변할 것이 아니며, 청와대가 페이스 메이커를 자처한다 해서 미국이 핵심적 역할을 맡기지도 않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종전 합의 서명을 앞둔 그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과 함께 산책하는 사진을 올렸다. 다음 관심사가 북한이라는 사실을 시사한 것으로 읽힌다.

한반도의 미래는 평양이나 베이징, 또는 워싱턴에서만 결정되지는 않는다. 변화하는 정세를 얼마나 정확히 읽고, 치밀하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변화의 주체가 될 수도 있고, 변화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그럴싸한 단어 몇 개로 바뀔 판이 아니라 인식 자체가 바뀌어야 할 판이 열렸다는 뜻이다.

조동호 이화여대 명예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최신글
인기글
한반도평화만들기

공익위반사항 관리감독기관     국세청   통일부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3길 12 신문로빌딩 408호
재단법인 한반도평화만들기

(전화) 02-3676-6001~3 (팩스) 02-742-9118

Copyright © koreapeacefound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