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경 칼럼] ‘팩스 통보’는 민주주의를 공격했다
By 한반도평화만들기
- 26-06-29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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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6년이 지났지만 긴장은 여전하다. 종전이 아닌 불안한 휴전 상태다. 핵을 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대한민국을 주저없이 초토화하겠다”고 협박 중이다. 어떻게든 평화롭게 잘 지내자는 우리의 선의를 모욕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달 초 북한을 이렇게 묘사했다. “식당에선 화덕 피자와 닭 날개를 팔고, 손님들은 모바일 QR코드 시스템으로 결제할 수 있다. 중국산 전기 자동차들이 거리를 쌩쌩 달리고 새로운 애완동물 가게, 인터넷 게임카페, BMW를 파는 자동차 대리점도 생겼다.(중략) 지난해 평양에 1만 채의 새 주택을 지었는데, 이는 로스앤젤레스나 시카고보다 더 많은 수다. (중략) 북한의 야경은 5년 전보다 약 3배 더 밝아졌다.” 5년 전 국가 경제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식량난을 시인하고, 눈물을 흘렸던 김정은은 어디에도 없다.
북한의 선전술이다. 1만5000명이 넘는 젊은이를 지옥 같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터에 보낸 대가로 누리는 평양 중심의 반짝 호황이기 때문이다. 2023년 여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북한은 러시아에 무기를 팔아 100억 달러(약 15조5000억원) 이상을 벌어들였다고 WSJ는 보도했다. 전쟁이 끝나면 호시절도 파장이다. 볼셰비키혁명 10년을 맞은 1927년 미국 유력 인사들은 소련을 시찰하고 트로츠키와 스탈린을 만났다. 뉴욕타임스(NYT)에는 연일 소련의 성공을 동경하는 기사가 실렸다. 북한은 100년 전 소련처럼 치부를 감추고 화려한 쇼윈도만 보여주고 있다. 유엔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주민의 거의 절반이 영양실조에 걸려 있다.
중국 외교관의 신랄한 비판이다. “김정은은 전쟁 특수(特需)에 취해 있다. 핵과 미사일 개발, 대규모 인프라 건설을 통한 체제 선전에 돈을 쓸 때가 아니다.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해 나라 문을 열어야 하는데 세습체제 유지를 위해 외부 정보를 차단하고 배고픈 인민들을 희생시키고 있다.” 북한 주민들의 민심 이반은 예정된 미래다. 베트남 국부 호찌민은 “혁명을 하고도 민중이 여전히 가난하고 불행하다면 그것은 혁명이 아니다”고 했다.
한국전쟁은 남북은 물론 미국·일본·중국·러시아가 직간접으로 참전해 500만 명 이상이 죽거나 다친 “제3차 세계대전의 대체물”(윌리엄 스툭 조지아대 석좌교수)이었다. 다행히 당시에는 반공주의자 트루먼 미국 대통령이 즉각적인 참전을 결정했다. 트럼프는 전혀 다르다. 그는 중국 눈치를 보며 대만에 약속한 첨단 무기 판매도 보류하고 있다. 김정은의 치명적 오판을 막으려면 우리 힘으로 싸울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동맹이 중요하지만 자강(自强)이 먼저다. 고려는 강대국 거란, 몽골과 각각 25년, 30년간 싸워서 나라를 지켰다. 인구 210만 명에 군인이 3분의 1인 70만 명이었기에 가능했다. 군인의 최우선은 이기기 위해 ‘작전’을 세우는 일이고, 그 다음이 보급과 인사다. 우리는 한국전쟁 때 작전권을 미국에 넘겼다. 후유증이 크다. 전직 안보실장은 “한국 군인들은 평소에는 한가한데 인사와 무기 구매 철만 되면 분주해진다. 진급 로비와 방산 비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고 했다. 주권국가의 당연한 권리인 전시작전권은 잘 준비해서 가져오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 문제로 한·미 간 균열, 안보 허점이 생기면 안 된다.
나라를 지키려면 산업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미국은 1950년 12월 중공군의 서울 침공을 앞두고 한국이 지켜야 할 ‘전략적 가치’가 없다며 철군을 심각하게 고민했다. 지금 한국의 핵심 전략적 가치는 반도체 산업이다. 국토 균형발전을 위한 반도체 공장 호남 이전은 얼마든지 검토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의 투자 판단이 최우선이다. 정부가 정치적 목적으로 무리하게 밀어붙이면 안 된다. 종합적인 검토의 결과로 호남 이전이 결정된다면 정부는 총력을 다해서 기업을 지원해야 한다.
우리가 세습 독재국가 북한과 결정적으로 다른 것은 민주주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민주주의는 ‘완성돼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세계관과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상대의 의견을 불편해도 참고 경청하면서, 매번 어렵게 합의를 이루는 ‘아슬아슬한 과정’이다. 힘이 센 다수의 관용이 필수다. 쉬울 리가 없다.
미국의 민주주의를 그토록 사랑한 프랑스인 토크빌이 ‘다수의 폭정’ 때문에 소수가 침묵을 강요당하는 ‘부드러운 전제(soft despotism)’의 위험성을 경고했던 이유다. 국회의장이 소수당인 야당 의원들의 의사를 물어보지도 않고 직권으로 상임위를 배정하고, 팩스로 통보했다. 국회법에 따랐고, 협상을 위한 압박용이라지만 선을 넘었다. 민주주의를 공격했다.
안보를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결의, 핵심 산업에 대한 보호 의지, 민주주의의 작동은 호전적인 북한과 마주한 우리의 생명줄이다. 이미 많이 훼손됐다. 여기서 더 흔들리면 안 된다.
중국 외교관의 신랄한 비판이다. “김정은은 전쟁 특수(特需)에 취해 있다. 핵과 미사일 개발, 대규모 인프라 건설을 통한 체제 선전에 돈을 쓸 때가 아니다.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해 나라 문을 열어야 하는데 세습체제 유지를 위해 외부 정보를 차단하고 배고픈 인민들을 희생시키고 있다.” 북한 주민들의 민심 이반은 예정된 미래다. 베트남 국부 호찌민은 “혁명을 하고도 민중이 여전히 가난하고 불행하다면 그것은 혁명이 아니다”고 했다.
한국전쟁은 남북은 물론 미국·일본·중국·러시아가 직간접으로 참전해 500만 명 이상이 죽거나 다친 “제3차 세계대전의 대체물”(윌리엄 스툭 조지아대 석좌교수)이었다. 다행히 당시에는 반공주의자 트루먼 미국 대통령이 즉각적인 참전을 결정했다. 트럼프는 전혀 다르다. 그는 중국 눈치를 보며 대만에 약속한 첨단 무기 판매도 보류하고 있다. 김정은의 치명적 오판을 막으려면 우리 힘으로 싸울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동맹이 중요하지만 자강(自强)이 먼저다. 고려는 강대국 거란, 몽골과 각각 25년, 30년간 싸워서 나라를 지켰다. 인구 210만 명에 군인이 3분의 1인 70만 명이었기에 가능했다. 군인의 최우선은 이기기 위해 ‘작전’을 세우는 일이고, 그 다음이 보급과 인사다. 우리는 한국전쟁 때 작전권을 미국에 넘겼다. 후유증이 크다. 전직 안보실장은 “한국 군인들은 평소에는 한가한데 인사와 무기 구매 철만 되면 분주해진다. 진급 로비와 방산 비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고 했다. 주권국가의 당연한 권리인 전시작전권은 잘 준비해서 가져오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 문제로 한·미 간 균열, 안보 허점이 생기면 안 된다.
나라를 지키려면 산업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미국은 1950년 12월 중공군의 서울 침공을 앞두고 한국이 지켜야 할 ‘전략적 가치’가 없다며 철군을 심각하게 고민했다. 지금 한국의 핵심 전략적 가치는 반도체 산업이다. 국토 균형발전을 위한 반도체 공장 호남 이전은 얼마든지 검토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의 투자 판단이 최우선이다. 정부가 정치적 목적으로 무리하게 밀어붙이면 안 된다. 종합적인 검토의 결과로 호남 이전이 결정된다면 정부는 총력을 다해서 기업을 지원해야 한다.
우리가 세습 독재국가 북한과 결정적으로 다른 것은 민주주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민주주의는 ‘완성돼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세계관과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상대의 의견을 불편해도 참고 경청하면서, 매번 어렵게 합의를 이루는 ‘아슬아슬한 과정’이다. 힘이 센 다수의 관용이 필수다. 쉬울 리가 없다.
미국의 민주주의를 그토록 사랑한 프랑스인 토크빌이 ‘다수의 폭정’ 때문에 소수가 침묵을 강요당하는 ‘부드러운 전제(soft despotism)’의 위험성을 경고했던 이유다. 국회의장이 소수당인 야당 의원들의 의사를 물어보지도 않고 직권으로 상임위를 배정하고, 팩스로 통보했다. 국회법에 따랐고, 협상을 위한 압박용이라지만 선을 넘었다. 민주주의를 공격했다.
안보를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결의, 핵심 산업에 대한 보호 의지, 민주주의의 작동은 호전적인 북한과 마주한 우리의 생명줄이다. 이미 많이 훼손됐다. 여기서 더 흔들리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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